모바일 신분증 만들어 두고 처음 써먹은 날

핵심 요약

지갑 없이 다니는 생활에 마지막까지 걸리던 게 신분증이었어요. 결제는 폰으로 해결됐는데 신분 확인은 아니었거든요. 그러다 관공서에서 신분증을 못 내서 헛걸음한 날, 모바일 신분증을 만들었습니다. 만들고 보니 생각보다 쓰이는 곳이 많았고, 동시에 안 통하는 곳도 있었어요. 양쪽 다 겪은 대로 적습니다. 만들어 두니 지갑으로 돌아갈 이유가 없어졌어요.

01신분증 때문에 헛걸음한 날

서류 발급 때문에 주민센터에 갔던 날이었어요. 창구에서 신분증을 달라는데 지갑이 없었습니다. 폰만 들고 다닌 지 몇 달째였고 그동안 아무 문제가 없었으니, 신분증 생각 자체를 못 한 거예요.

폰에 있는 신분증 사진을 보여 드렸는데 안 된다고 했습니다. 당연한 거였어요. 사진은 신분증이 아니니까요. 누구든 남의 신분증을 찍어 둘 수 있으니 사진이 통하면 그게 더 이상한 겁니다. 결국 집에 다녀와서 다시 줄을 섰어요. 왕복 40분짜리 수업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결심했어요. 신분증 때문에 두 번 걸음하는 일은 이걸로 끝내자고요.

그날 집에 와서 모바일 신분증을 찾아봤어요. 사진과 뭐가 다른가 싶었는데, 정식 발급 절차를 거쳐 폰에 담는 법적 효력이 있는 신분증이었습니다. 진작 만들 걸 그랬죠.

02발급, 생각보다 관문이 있었다

발급은 전용 앱으로 합니다. 다만 아무나 바로 되는 게 아니라 본인 확인 관문이 있어요.

방식이 몇 가지인데, 실물 신분증이 IC칩이 든 최신형이면 폰에 갖다 대는 방식으로 비교적 간단히 되고, 아니면 주민센터에서 QR 발급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제 주민등록증은 옛날 거라 IC 방식이 안 됐어요. 결국 주민센터를 한 번 더 갔습니다. 신분증 때문에 헛걸음했던 곳을 신분증 만들려고 다시 간 거죠. 이번엔 실물 신분증을 챙겨서요.

창구에서 안내받아 발급 QR을 찍고, 앱에서 몇 단계 확인을 거치니 폰에 신분증이 들어왔습니다. 화면에 그냥 뜨는 이미지가 아니라 열 때마다 인증을 거치는 구조라, 폰을 잃어버려도 남이 바로 열어 볼 수 있는 형태는 아니에요. 그 점은 오히려 실물보다 안심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옛날 주민등록증을 IC형으로 바꾸는 신청도 이참에 해 뒀어요. 다음부터는 집에서 갱신이 되겠죠. 관문은 한 번뿐이라 할 만합니다.

03통한 곳과 안 통한 곳

만들고 나서 몇 달간 실전에서 써 봤어요.

통한 곳. 관공서 민원 창구는 문제없었습니다. 공항 국내선 탑승 수속에서도 됐어요. 은행 창구에서도 쓸 수 있었습니다. 편의점에서 성인 확인할 일이 있었는데 그것도 됐고요. 쓸 때마다 직원분이 익숙하게 받는 걸 보니 이미 자리를 잡은 느낌이었습니다.

안 통하거나 애매했던 곳. 규모가 작은 민간 업소에서는 직원분이 처음 본다는 반응인 경우가 있었어요. 제도상 되고 안 되고를 떠나 현장 직원이 모르면 실랑이가 됩니다. 저는 그런 상황이면 그냥 다른 확인 수단을 찾는 편이에요. 그리고 해외에서는 당연히 못 씁니다. 여권의 영역이니까요.

정리하면 공공 영역은 거의 다 통하고, 민간은 복불복이 남아 있는 단계였습니다. 그래도 제가 신분증을 낼 일의 대부분은 공공 쪽이라 체감 커버리지는 충분했어요. 처음 내밀 때는 저도 반신반의했는데, 받는 쪽이 익숙하니 금방 자연스러워졌습니다.

04폰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되나

만들면서 제일 걱정한 게 이거였어요. 신분증을 폰에 넣었는데 폰을 잃어버리면 신분증도 같이 털리는 것 아닌가.

알아보니 분실 시 효력을 정지시키는 절차가 마련돼 있습니다. 다른 기기나 전화로 신고하면 모바일 신분증이 정지돼요. 실물 신분증을 잃어버렸을 때 재발급 전까지 무방비인 것과 비교하면, 정지 버튼이 있다는 것 자체가 나은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폰 잠금이 첫 번째 방어선이라, 이참에 잠금도 얼굴 인식에 비밀번호를 겹쳐 걸었어요. 신분증을 품은 폰이니 잠금에 더 신경 쓰게 됩니다. 정지 신고 번호는 미리 메모해 뒀어요. 잃어버린 날 검색부터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도 저는 실물 신분증을 버리지는 않았어요. 집 서랍에 두고, 평소엔 폰으로 다닙니다. 지갑 없는 생활의 마지막 구멍이 메워진 거라, 요즘은 정말로 폰 하나 들고 나가요. 헛걸음 한 번이 만들어 준 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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