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분리배출 열심히 했는데 세 가지나 틀리고 있었다
분리배출은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분리수거장에서 즉석밥 용기를 플라스틱 칸에 넣다가, 먼저 와 계시던 이웃 어르신한테 "그건 아니에요"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그것 말고도 두 가지를 더 틀리고 있었어요. 영수증과 깨진 컵. 열심히 한 것과 맞게 한 것은 다른 문제였습니다.
01즉석밥 용기가 플라스틱이 아니라니
제일 충격이었던 게 이거예요. 즉석밥 용기는 딱 봐도 플라스틱이잖아요. 저는 몇 년을 씻어서 플라스틱 칸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용기를 뒤집어 보면 재질 표시에 'OTHER'라고 적혀 있어요. 여러 재질을 겹쳐 만든 복합재질이라는 뜻입니다. 밥을 오래 보관하려고 산소를 막는 층을 겹겹이 붙여 놨는데, 이런 복합재질은 재질별로 분리가 안 되니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일반쓰레기(종량제 봉투)로 버리는 게 맞아요.
씻어서 말리고 차곡차곡 모아 버린 세월이 억울했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한 행동이 선별장에서는 오히려 걸러내야 할 이물질이었던 거예요. 그 뒤로는 뭘 버리기 전에 재질 표시부터 봅니다. OTHER면 고민 없이 종량제 봉투로 갑니다.
라면 수프 봉지나 커피 믹스 봉지처럼 은박이 섞인 것들도 대체로 같은 부류예요. 반짝이는 복합 필름은 재활용 쪽이 아니라고 기억해 두니 판단이 빨라졌습니다. 제품에 따라 단일 재질로 바뀐 용기도 나오고 있다니, 그래서 더더욱 외우는 것보다 표시를 보는 쪽이 오래갑니다.
02영수증과 깨진 컵, 나머지 두 가지
영수증은 종이니까 종이 칸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니었습니다. 영수증은 감열지라고, 열로 글자를 찍는 특수 코팅지예요. 일반 종이와 섞이면 재활용 품질을 떨어뜨려서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합니다. 지갑 정리하면서 나온 영수증 뭉치를 그동안 전부 종이 칸에 넣고 있었어요.
깨진 유리컵은 더 위험한 오답이었습니다. 유리니까 유리 칸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재활용 대상은 병 종류예요. 컵이나 접시 같은 유리 제품은 병유리와 녹는 온도가 달라서 섞이면 안 되고, 깨진 채로 배출하면 수거하시는 분이 다칠 수 있습니다. 신문지 같은 것으로 감싸고 "깨진 유리"라고 적어 종량제 봉투로 버리는 게 맞아요. 양이 많으면 불연성 쓰레기 마대를 쓰는 지역도 있고요.
셋 다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재질이 무엇인가만 보고 판단했다는 것. 실제 기준은 "그 재질로 다시 만들 수 있는 상태인가"였습니다. 이 관점을 얻고 나니 처음 보는 물건도 대충 가늠이 됩니다.
03헷갈릴 때 쓰는 기준 두 가지
다 외우는 건 불가능해서 기준 두 개만 남겼어요.
첫째, 비우고 헹궈서 내놓을 수 없으면 재활용이 아니다. 기름 범벅 치킨 상자, 음식물 묻은 배달 용기를 그대로 넣으면 같은 칸에 있던 멀쩡한 것까지 오염됩니다. 헹궈서 해결되면 재활용, 안 되면 종량제. 애매하게 오염된 걸 재활용 칸에 넣는 것보다 종량제에 넣는 쪽이 전체로 보면 낫다는 게 좀 역설적이었어요.
둘째, 모르면 검색해 보고, 그래도 애매하면 종량제. 환경부 '내손안의 분리배출' 앱이나 지자체 홈페이지에 품목별 검색이 있습니다. 지역마다 배출 방법이 조금씩 달라서, 저희 동네 기준으로 한 번씩 확인해요. 다만 매번 검색할 수는 없으니, 자주 나오는 품목 열 개쯤만 정확히 알고 나머지는 기준으로 때우는 게 현실적이었습니다. 그 열 개는 냉장고 옆에 붙여 뒀어요.
04지적받던 사람에서 알려주는 사람으로
얼마 전에는 반대 입장이 됐어요. 분리수거장에서 옆집 분이 깨진 접시를 유리 칸에 넣으려는 걸 보고, 조심스럽게 제가 들은 것과 같은 말을 하게 됐습니다. "그건 종량제로 가야 한대요."
그분도 저처럼 놀라시더라고요. 유리인데 왜 안 되냐고. 몇 달 전의 제가 했던 질문 그대로였습니다. 그분도 저처럼 몇 년을 그렇게 버려 오셨을 거예요. 기준을 모르면 누구든 그렇게 됩니다. 지적이 아니라 공유라고 생각하면 말 꺼내기가 한결 쉬웠어요.
완벽하게 하고 있다고는 지금도 말 못 해요. 새로운 오답이 또 있을 겁니다. 다만 "재질이 아니라 재활용 가능한 상태인지 본다"는 기준이 생긴 뒤로는 틀려도 왜 틀렸는지 이해가 되니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게 됐어요. 즉석밥 드시는 분이라면 오늘 저녁 용기 바닥의 재질 표시부터 한 번 보세요. 저처럼 몇 년 헛수고하기 전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