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IM으로 번호 두 개 만들어 업무 연락을 분리했다
업무 연락처를 여기저기 뿌리다 보니 개인 번호가 온갖 광고와 스팸에 노출됐어요. 폰을 두 대 들고 다니기는 싫었고, 그러다 eSIM으로 폰 하나에 번호 두 개를 넣을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개통은 생각보다 쉬웠는데, 기본 회선 설정을 대충 넘겼다가 개인 번호로 업무 전화를 걸 뻔한 실수를 겪었어요.
01폰 두 대 대신 번호 두 개
계기는 스팸이었어요. 어디 가입하고 명함 돌리고 하다 보면 번호가 새 나가는 걸 막을 수가 없습니다. 개인 번호가 사실상 공개 번호가 된 상태였어요.
번호를 나누자니 폰을 하나 더 사서 들고 다니는 건 답이 아니었고, eSIM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유심은 꽂는 칩이고 eSIM은 폰 안에 소프트웨어로 내려받는 회선이에요. 지원 기종이면 물리 유심 하나에 eSIM 하나, 이렇게 번호 두 개를 한 폰에서 쓸 수 있습니다.
먼저 확인할 건 내 폰이 eSIM을 지원하는지예요. 최근 몇 년 새 기종은 대체로 되는데, 설정에서 eSIM 추가 메뉴가 있는지 보면 빠릅니다. 두 번째 회선은 요금을 아끼려고 알뜰폰의 저렴한 요금제로 했어요. 업무 번호는 통화 위주라 데이터가 많이 필요 없거든요. 신청하면 QR코드가 오고, 그걸 폰으로 찍으니 회선이 추가됐습니다. 매장에 갈 일이 없다는 게 신기했어요. 요금은 두 회선을 합쳐도 예전 한 회선보다 쌌습니다. 알뜰폰 조합의 힘이에요.
02기본 회선 설정에서 한 실수
번호 두 개가 잡히니 폰이 물어봅니다. 전화는 어느 번호로 걸지, 데이터는 어느 회선을 쓸지, 문자는 어디로 보낼지. 저는 이걸 대충 넘겼다가 며칠 뒤에 이상한 걸 발견했어요.
업무 상대에게 건 전화가 개인 번호로 발신되고 있었던 겁니다. 기본 발신 회선이 개인 번호로 잡혀 있어서요. 번호를 나눈 의미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죠.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저장 안 된 번호로 전화가 온 거니 안 받은 경우도 있었을 거예요.
설정에서 기본 발신을 업무 회선으로 바꾸고, 연락처마다 선호 회선을 지정할 수 있다는 것도 그때 배웠습니다. 업무 연락처는 업무 회선, 가족과 친구는 개인 회선으로 걸리게요. 이 정리를 처음에 했어야 하는데 회선 추가에만 신나서 운영 설정을 건너뛴 거예요. 번호 두 개 생활의 품질은 개통이 아니라 이 설정에서 갈립니다. 문자도 마찬가지라, 인증 문자가 어느 번호로 오게 돼 있는지도 그때 같이 점검했어요.
03나눠 보니 좋았던 것들
몇 달 써 보니 기대 안 했던 효과가 몇 개 있었어요.
스팸이 오면 어느 경로로 샜는지 짐작이 갑니다. 업무 번호로 온 스팸은 업무 쪽에서 샌 거니까요. 개인 번호는 아는 사람만 아는 번호로 돌아가서 벨이 울리면 대체로 받아도 되는 전화입니다. 이 안심이 생각보다 컸어요.
퇴근의 경계도 생겼습니다. 업무 회선만 방해금지에 넣는 식의 운용이 가능해져요. 폰을 끄지 않고도 업무 연락만 조용히 만들 수 있습니다. 두 대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됐는데, 무게 없이 그 장점만 가져온 셈이에요.
가입할 때 번호 노출이 꺼려지는 곳에는 업무 번호를 씁니다. 배달 주문, 매장 적립, 일회성 가입 같은 곳이요. 개인 번호를 보호하는 방패가 하나 생긴 겁니다. 명함에도 이제 업무 번호만 올라가요. 번호가 곧 경계선이 된 거죠.
04해외여행에서 진가가 나왔다
뜻밖의 활용처는 해외여행이었어요. 여행지에서 쓸 데이터를 현지 eSIM으로 사서 넣는 방식이 있습니다. 출국 전에 온라인으로 사 두면 QR 하나로 개통되고, 도착해서 켜면 바로 데이터가 터져요. 공항에서 유심 사려고 줄 설 일도, 원래 유심을 빼서 보관할 일도 없습니다.
원래 번호가 살아 있는 채로 데이터만 현지 회선을 쓰니, 한국에서 오는 문자 인증도 받을 수 있었어요. 로밍보다 싸고 유심 교체보다 편한, 중간이 없던 자리를 정확히 채우는 물건이었습니다. 데이터 용량과 기간만 잘 고르면 로밍 요금 걱정이 사라져요. 다음 여행에도 같은 방식으로 갈 생각입니다.
정리하면 eSIM은 업무 분리로 시작했다가 여행에서 한 번 더 써먹은 도구였어요. 다만 처음에 저처럼 기본 회선 설정을 건너뛰면 번호를 나눈 보람이 없어지니, 개통 직후 10분을 설정에 쓰는 것까지가 개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