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던 계좌 조회했더니 용돈이 나왔다
쓰지도 않는 은행 계좌가 몇 개나 있는지 궁금해서 조회를 해 봤어요. 결과는 열한 개였습니다. 그중 여섯 개에 잔액이 남아 있었는데, 다 합쳐도 몇만 원이 안 되는 잔돈이었죠. 액수보다 놀란 건 제가 그 계좌들의 존재 자체를 잊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어요. 정리하는 과정에서 예상 못 한 벽도 하나 만났습니다.
01계좌가 열한 개나 된 이유
조회 화면에 은행 이름이 줄줄이 뜨는데, 절반은 언제 만들었는지 기억도 안 났어요. 목록을 보다 보니 사연이 하나씩 떠오르더라고요.
첫 아르바이트 급여용으로 만든 계좌, 학자금 때문에 만든 계좌, 적금 하나 들면서 딸려 온 입출금 계좌, 어떤 서비스에 가입하느라 만든 계좌.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팠는데 쓸모가 끝나도 닫지는 않았던 거예요. 계좌는 만들 때는 이유가 있고, 닫을 때는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쌓입니다.
조회는 은행권 계좌를 한 번에 보여 주는 서비스로 했어요. 본인 인증만 하면 어느 은행에 어떤 계좌가 있는지, 잔액이 얼마인지가 표로 나옵니다. 은행마다 앱을 깔고 로그인할 필요가 없다는 게 핵심이에요. 저처럼 아이디도 비밀번호도 기억 안 나는 은행이 섞여 있으면 이 방식 말고는 사실상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조회 자체는 5분도 안 걸렸어요.
02잔액보다 무서웠던 건 방치
잔액 합계는 기대에 못 미쳤어요. 몇만 원 정도. 어디선가 몇십만 원을 찾았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살짝 김이 빠지긴 했습니다.
그런데 목록을 다시 보다가 다른 게 눈에 들어왔어요. 오랫동안 거래가 없던 계좌들이었습니다. 장기간 입출금이 없으면 계좌가 휴면으로 넘어가고, 그러면 돈을 찾는 데 절차가 더 붙어요. 그냥 두면 점점 꺼내기 번거로워지는 구조인 거죠.
더 신경 쓰인 건 보안 쪽이었습니다. 내가 관리하지 않는 계좌가 열 개 넘게 살아 있다는 건, 문제가 생겨도 한참 모른다는 뜻이에요. 매일 앱을 열어 보는 주거래 계좌라면 이상한 출금을 금방 알아채겠지만, 5년간 안 들여다본 계좌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날 정리를 마음먹은 이유는 잔돈이 아니라 이쪽이었어요.
명의도용 얘기가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진 것도 그때였습니다. 내 이름으로 열려 있는데 정작 내가 존재를 모르는 계좌라면, 사실상 관리 밖에 있는 거니까요. 잔액이 0원이라 안심할 일도 아니었어요. 계좌가 살아 있으면 입금은 언제든 됩니다.
03해지에서 막힌 계좌, 두 개
해지도 같은 화면에서 됩니다. 잔액이 남아 있으면 지정한 계좌로 옮기고 닫는 것까지 한 번에 처리돼요. 저는 주거래 계좌를 받는 곳으로 정해 두고 하나씩 눌렀습니다.
여기서 두 개가 안 됐어요. 하나는 잔액이 기준을 넘어서였습니다. 이 서비스로 옮길 수 있는 금액에 한도가 있어서, 그보다 많으면 은행 앱이나 창구로 가야 해요. 다행히 그 은행은 앱 로그인이 살아 있어서 직접 옮기고 닫았습니다.
다른 하나가 골칫거리였어요. 오래전에 만든 증권사 계좌였는데, 조회에는 뜨는데 이 화면에서는 닫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그 회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고, 본인 확인을 하느라 통화가 길어졌어요. 한 번에 다 될 거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가 마지막 하나에 발이 묶인 셈입니다. 그래도 아홉 개는 몇 번의 클릭으로 정리됐으니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어요.
04계좌 다음은 카드 포인트
정리를 끝내고 나서 같은 흐름으로 카드 포인트도 조회해 봤어요. 여러 카드사 포인트를 한 화면에서 보고 현금으로 받는 기능이 있습니다.
결과는 계좌보다 나았습니다. 안 쓰는 카드 두 장에 포인트가 제법 쌓여 있었어요. 포인트는 유효기간이 지나면 사라지니까, 사실상 시한이 있는 돈입니다. 그대로 뒀으면 조용히 없어졌을 겁니다.
내친김에 자동이체 목록도 봤어요. 여기서 3년 전에 끊었다고 생각한 소액 결제가 여전히 나가고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금액이 작아서 명세서에서 눈에 안 띄었던 거예요. 이날 회수한 돈을 다 합치면 잔돈 수준이지만, 나가는 걸 막은 쪽이 더 큽니다. 매달 빠져나가던 것이니까요.
이런 정리는 자주 할 일이 아니에요. 저는 1년에 한 번, 연말정산 즈음에 같이 하기로 하고 캘린더에 넣어 뒀습니다. 한 번 훑는 데 30분이면 충분하고, 그 30분에 나온 게 잔돈 몇만 원과 매달 새던 결제 하나였으니 시급으로 치면 나쁘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