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앱 다섯 개를 하나로 줄이고 생긴 고민

핵심 요약

잔액 하나 확인하려고 은행 앱 다섯 개를 번갈아 여는 게 지겨웠어요. 계좌를 한 앱에서 다 보는 기능이 있다길래 연결해 봤습니다. 확실히 편해졌어요. 그런데 며칠 쓰다 보니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앱 하나가 뚫리면 내 모든 계좌가 한 번에 노출되는 것 아닌가 하는. 결국 편의와 불안 사이에서 선을 하나 그었어요.

01앱 다섯 개를 오가던 시절

은행이 여럿이면 앱도 여럿입니다. 급여 계좌 은행, 적금 든 은행, 예전 주거래였던 은행, 인터넷은행 두 개. 이렇게 다섯이었어요.

문제는 각 앱마다 로그인 방식과 화면 구성이 다르다는 거예요. 어떤 곳은 지문, 어떤 곳은 패턴, 어떤 곳은 비밀번호. 자주 안 쓰는 앱은 로그인 방법 자체가 기억이 안 나서 재설정을 한 적도 있습니다. 잔액을 확인하는 데 5분이 걸리는 상황이었어요.

계좌가 흩어져 있으니 돈 관리도 안 됐어요. 이 은행에 얼마, 저 은행에 얼마인지를 다 합쳐 봐야 이번 달 상황이 나오는데, 그 합산을 매번 하기가 귀찮으니 그냥 안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오픈뱅킹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한 앱에서 다른 은행 계좌까지 조회하고 이체할 수 있게 하는 제도예요. 은행끼리 계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로를 열어 둔 것이라, 어느 은행 앱을 쓰든 다른 은행 계좌를 붙일 수 있습니다. 인터넷은행 앱에서 시중은행 계좌가 보이는 게 이 구조 덕분이었어요.

02연결은 10분, 효과는 즉시

연결은 생각보다 단순했어요. 주로 쓰는 앱에서 다른 은행 계좌를 등록하는 메뉴로 들어가면, 계좌를 조회해서 목록으로 보여 줍니다. 등록할 것을 고르고 인증하면 끝이에요.

전부 붙이는 데 10분쯤 걸렸습니다. 그러고 나니 앱 하나를 열었을 때 다섯 은행 잔액이 한 화면에 뜨더라고요. 매달 어디에 얼마가 있는지 파악하는 시간이 사실상 0이 됐습니다.

가계부 앱을 따로 쓸 필요도 줄었습니다. 여러 은행 거래 내역이 한곳에 모이니 이번 달에 뭘 얼마나 썼는지가 그냥 보여요. 따로 기록하지 않아도 되는 게 제일 컸습니다.

이체도 편해졌어요. 예전엔 A은행에서 B은행으로 보내려면 A 앱을 열어야 했는데, 이제 주 앱에서 다 됩니다. 그리고 다른 은행 계좌에 있던 돈을 주 계좌로 한 번에 끌어오는 기능도 있었어요. 흩어진 잔돈을 모아서 쓰기에 좋았습니다. 여기까지는 만족스러웠어요. 앱 정리를 하면서 안 쓰는 은행 앱 두 개를 지웠고, 폰이 가벼워진 느낌도 덤이었습니다.

03편해진 만큼 커진 걱정

며칠 쓰다가 문득 불안해졌어요. 이 앱 하나에 제 금융 생활이 다 들어와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예전엔 흩어져 있는 게 불편했지만, 뒤집어 보면 흩어져 있어서 한 번에 다 털릴 일은 없었어요. 지금은 이 앱의 잠금이 뚫리면 다섯 계좌가 한 화면에 있는 겁니다. 폰을 잃어버렸을 때 상황도 예전과 다르고요.

특히 폰을 잠깐 남에게 넘기는 상황이 마음에 걸렸어요. 수리를 맡기거나, 아이가 게임하겠다고 가져가는 흔한 상황이요. 예전엔 은행 앱이 여러 개라 하나씩 잠겨 있었는데, 지금은 관문이 하나로 줄었으니까요.

찾아보니 이런 걱정에 대비한 장치들이 있긴 했습니다. 이체 한도를 계좌마다 따로 걸 수 있고, 조회만 되고 이체는 막아 두는 설정도 있어요. 앱 잠금과 별도로 이체할 때마다 인증을 한 번 더 거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연결을 다 하고 나서 이 설정들을 손보는 것까지가 한 세트라는 걸 그때 알았어요. 처음 연결할 때는 신나서 그냥 다 붙이기만 했거든요.

04제가 그은 선, 하나는 남겨 두기

설정을 다시 손보면서 규칙을 정했습니다. 편의를 다 가져가되, 최악의 상황에서 남을 것을 하나 만들어 두자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비상금 계좌 하나는 오픈뱅킹에 연결하지 않았습니다. 그 은행 앱도 지우지 않고 폰에 그대로 뒀어요. 평소에는 안 열지만, 주 앱에 문제가 생겼을 때 돌아갈 곳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연결한 계좌 목록도 반년에 한 번 확인하기로 했어요. 예전에 붙여 놓고 잊은 연결이 남아 있을 수 있으니까요. 안 쓰는 연결은 끊는 게 맞습니다.

나머지 계좌들은 조회는 열어 두되 이체 한도를 낮게 잡았어요. 큰돈을 옮길 일은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고, 그때는 해당 은행 앱을 직접 열면 되니까요. 매일 쓰는 편의는 다 챙기고, 큰 사고가 날 수 있는 경로만 좁힌 겁니다. 다섯 개를 하나로 줄인 뒤에 다시 하나를 떼어 놓는 게 우스워 보일 수도 있는데, 그 하나 덕분에 나머지를 마음 편히 쓰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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