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부등본 뗐다가 계약 하루 전에 마음을 바꿨다
전셋집을 계약하기 전에 등기부등본을 떼 보라는 말을 들었어요. 어디서 어떻게 떼는지도 몰라서 미루다가, 계약 이틀 전에야 인터넷으로 발급받았습니다. 700원이었고 3분 걸렸어요. 그 종이 한 장 때문에 계약을 접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700원이 제 인생에서 수익률이 제일 높은 지출이었어요.
01열람과 발급, 700원과 1000원
등기소나 주민센터에 가는 줄 알았는데 인터넷으로 됩니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주소만 넣으면 바로 나와요. 남의 집도 뗄 수 있습니다. 부동산 등기는 공개가 원칙이라, 계약을 앞둔 사람이 확인할 수 있게 열려 있어요.
여기서 처음 헷갈린 게 열람과 발급의 차이였어요. 열람은 화면으로 보기만 하는 것이고, 발급은 관공서에 낼 수 있는 문서를 받는 것입니다. 가격도 다르고 용도도 다릅니다.
내가 확인하려는 목적이라면 열람으로 충분해요. 화면에 뜨는 내용이 발급본과 같습니다. 저는 처음에 뭘 골라야 할지 몰라 발급으로 했다가, 나중에 다시 볼 때는 열람으로 했어요. 결제는 카드로 되고, 열람은 출력하거나 화면을 저장해 두면 됩니다. 다만 열람은 유효 시간이 짧아서 창을 닫으면 다시 봐야 하니, 필요하면 그때 저장해 두는 게 편해요.
02표제부, 갑구, 을구 세 덩어리
받아 보니 표가 세 덩어리로 나뉘어 있었어요. 처음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알고 보니 각각 답하는 질문이 달랐습니다.
앞부분은 이 집이 어떤 집인지를 적어 둔 곳이에요. 주소, 면적, 구조 같은 것들. 여기서는 계약서에 적힌 주소와 한 글자도 다르지 않은지만 보면 됩니다. 동·호수가 다른 집을 계약하는 사고가 실제로 있어요.
가운데는 소유권 이야기입니다. 지금 주인이 누구인지, 언제 샀는지가 나와요. 계약하려는 상대가 여기 적힌 사람과 같은지 확인하는 자리입니다. 다르면 대리인인지 확인해야 하고요. 압류나 가압류 같은 표시가 있다면 그것도 여기 있습니다.
마지막이 제일 중요했어요. 이 집을 담보로 빌린 돈이 적히는 자리입니다. 근저당권이라는 이름으로 나와요. 저는 이 칸을 보고 계약을 접었습니다.
03채권최고액이 시세를 넘겼다
그 집 근저당 금액이 제 예상보다 훨씬 컸어요. 여기 적히는 숫자는 실제 빌린 돈이 아니라 한도액이라, 보통 대출 원금보다 크게 잡힙니다. 그걸 감안해도 컸습니다.
계산은 단순했어요. 그 금액에 제 보증금을 더하면 집값에 육박했습니다. 만약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은행이 먼저 가져가고 남은 돈으로 제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하는데, 계산상 남을 게 별로 없었어요.
중개사에게 물어보니 문제없다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잔금 치를 때 일부 상환하기로 했다고요. 말은 그럴듯했는데, 그 약속은 등기부에 적혀 있지 않았어요. 종이에 적힌 것과 사람이 말한 것 중에 뭘 믿을지 고민하다가 접었습니다. 아쉬웠지만 지금도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상황을 부르는 말이 따로 있었습니다. 대출과 보증금을 합친 금액이 집값에 가까워지는 상태요. 집값이 조금만 떨어져도 보증금 일부를 못 돌려받는 구간에 들어갑니다. 계약할 때는 집이 마음에 드는 게 먼저라 이 계산이 뒤로 밀리기 쉬운데, 순서를 바꿔야 하는 계산이었어요.
04계약 당일 아침에 한 번 더
다음 집을 계약할 때는 요령이 생겼습니다. 등본은 최소 두 번 뗐어요. 집을 보고 마음을 정했을 때 한 번, 계약서에 도장 찍는 날 아침에 한 번.
두 번 떼는 이유가 있어요. 등기부는 그 시점의 상태만 보여 줍니다. 어제 깨끗했어도 오늘 아침에 근저당이 새로 잡힐 수 있어요. 실제로 계약 직전에 대출을 받아 버리는 사례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700원으로 그 위험을 없앨 수 있으면 안 쓸 이유가 없죠.
잔금 치르는 날에도 한 번 더 뗐습니다. 그날 이후에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로 제 권리를 등록하는 절차가 이어져요. 등본 확인은 그 절차의 출발점이고, 여기서 걸러야 할 것을 못 거르면 뒤 절차가 아무리 완벽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도 요즘은 인터넷으로 됩니다. 전입신고는 정부24에서, 확정일자는 인터넷등기소에서요. 다만 효력이 언제부터 생기는지는 신청한 날과 다를 수 있어서, 이사 당일 아침에 처리하고 완료 화면을 저장해 뒀습니다. 부동산 계약에서 제일 싼 안전장치가 이 700원짜리 종이였어요.